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48주일    

 

제 123문 : 두번째 간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답 :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말의 뜻은 하나님께 더욱 더 순종할 수 있도록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다스려 달라는 것입니다1).

               그리고 하나님의 교회를 보존케 하며 부흥하게 해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입니다2).

               또한 하나님께 대항하는 사단의 모든 세력과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모든 음모를 분쇄시켜 달라는 것입니다3).

               하나님의 나라가 온전히 완성되어 하나님께서 만유의 주가 되실 때까지 그렇게 해달라는 것입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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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편 119:5,105; 143:10; 마태복음 6:33
2) 시편 122:6-9; 마태복음 16:18; 사도행전 2:42-47
3) 로마서16:20; 요한일서3:8
4) 로마서 8:22-23; 고린도전서 15:28; 요한계시록 2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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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말씀과 함께 성령을 보내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기 때문에 성령을 보내어 말씀을 깨닫게 하실 뿐 아니라 그 말씀에 순종할 힘을 주십니다. 죄가 계명을 기회로 삼아서 더 죄를 짓게 하는 우리의 비참함을 아시고 성령을 보내어 우리를 다스리십니다. 말씀으로만 다스리시는 것이 아니라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다스리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말씀을 듣기 전에도 기도하고 들은 다음에도 그 말씀에 순종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 주님께서는 성령의 은혜를 입혀 주셔서 주님의 계명에 순종하게 하십니다. 기도하라는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에게 성령을 주셔서 그 말씀에 순종하게 하는 은혜를 내려 주십니다.

요리문답은 평이하게 가르치지만 여기에 깊이가 있습니다. “점점 더 순종하게 하옵소서”라는 평이해 보이는 간구 속에 들어 있는 ‘점점 더’라는 말은 그 깊이를 잘 표현해 줍니다. 우리는 한 순간에 완전한 순종에 이를 수 없습니다. 평소에는 못하다가 그냥 한꺼번에 갑자기 잘되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우리가 한 가지를 순종하면 주님께서 그다음 것을 가르쳐 주시고, 그다음 것을 잘 순종하면 또 그다음을 가르쳐 주십니다. 이렇게 ‘점점 더’라는 말은 무한하게 앞이 열려 있습니다. 무한하신 하나님을 알아 가는 일은 끝이 없고, 따라서 항상 새롭고 신선합니다.

무한하신 하나님을 계속 순종하면서 알아 가야 한다는 사실을 놓치면,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이 순종하는지 단계를 매기면서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일 단계를 마쳤는데 나는 이 단계이고, 단계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러한 단계론적인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의 요리문답은 그러한 단계론을 피하고 다만 항상 하나님 앞에서 ‘점점 더 순종하기’를 위하여 기도하도록 가르칩니다.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기도하라고 하신 것에 그러한 뜻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항상 점점 더 순종하기를 위하여 기도하고 나아가야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알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 말로만 한다면, 하나님 나라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순종하고 내일도 순종하고, ‘점점 더’ 순종합니다. 그러면서 주님과 주님의 나라를 더 친근히 알아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과 성령으로 통치하시므로,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고 깊고 풍부하게 선포할 때에 하나님의 나라가 그 안에서 잘 실현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물과 성신으로 거듭나는 일이 없이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고

(요 3:5), 사람이 거듭나는 것은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에 의하여 되는 일입니다(벧전 1:23).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교회를 제외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교회를 논외로 하고서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은 자기도 알지 못하는 신학 이론을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는 핵심이 된다는 사실은 마태복음 16장과 18장에서 잘 배울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16장에서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16절)라고 바르게 고백하자, 예수님께서는 기뻐하시면서 그리스도, 즉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으로서 앞으로 행하실 하나님 나라의 프로그램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왕으로 인정되던 그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의 진행에 대한 것을 말씀하셨는데, 그 내용은 ‘예수님의 교회’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교회를 세우리니”(18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구약의 교회가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교회를 대체할 ‘메시야의 교회’를 세우실 뜻을 보이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우실 교회는 음부의 권세도 이기지 못할 것이며, 또한 천국의 열쇠를 가지고 매고 푸는 권세를, 즉 가르치고 치리하는 권세를 행사할 것입니다. 지금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가르치는 권세를 가지고 있으나 그들의 권세가 “천국의 제자 된 서기관”(마 13:52)에게, 곧 사도들에게 넘어올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마태복음 18장에서, ‘교회’에서 행사되는 열쇠가 ‘천국’의 열쇠라는 점(18절)도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긴밀한 관계를 나타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메시야로 시인하자 천국의 진행에 대하여 이야기하시면서, 천국이 ‘교회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