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42주일    

 



제 110문 : 제 8계명에서 하나님이 금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 하나님께서는 단지 법률로 금지되어 있는 공공연한 도둑질과 강도짓 만을 금하신 것이 아닙니다1).

      하나님의 눈에 비치는 도둑질이란 비록 그것이 겉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이웃을 속이는 모든 행위2)

      즉 저울과 자와 되를 속이는 일, 사기, 위조, 폭리,

      또는 하나님이 금지한 기타 모든 수단들이 포함됩니다3).

      그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모든 탐욕과4)

      자신의 은사들을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모든 일들을 금하십니다5).


제 111문 : 이 계명에서 하나님은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하십니까?
답 : 내 이웃의 유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들을 대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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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애굽기 22:1; 고린도전서 5:9-10; 6:9-10
2) 미가서 6:9-11; 누가복음 3:14; 야고보서 5:1-6
3) 신명기 25:13-16; 시편 15:5; 잠언 11:1; 12:22; 에스겔 45:9-12; 누가복음 6:35
4) 누가복음 12:15; 에베소서 5:5
5) 잠언 21:20; 23:20-21; 누가복음 16:10-13
6) 이사야 58:5-10; 마태복음 7:12; 갈라디아서 6:9-10; 에베소서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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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을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지어서 이해하면, 우리는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재물은 많든지 적든지 그 사명을 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어서 재물을 사명 앞에 두면, ‘재물이 있으면 할 수 있고 없으면 할 수 없다라는 식의 생각에 젖어듭니다. 그러면 자연히 재물을 의지하고 부자를 의지하게 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희미해지고 재물이 모든 관계를 지배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보면 재물이 넉넉하게 있어서 잘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습니다. 당장 창세기만 보아도 처음 범죄가 일어난 곳은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넉넉하다고 해서 낙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롯은 아브라함과 헤어지면서 물이 넉넉한 요단 들을 택하였습니다. 그렇게 물이 많은 곳을 택하면 그의 가정이 든든히 서고 그가 자기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그의 부인은 세상을 사랑하여 마지막까지도 재물을 바라보다가 소금 기둥이 되었고, 그의 두 딸도 마음가짐이 세상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낳은 자녀는 하나님 나라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재물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님의 지혜로우신 섭리 안에서 넉넉히 주실 수도 있고 조금 주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넉넉하거나 빈곤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형편에서든지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을 다 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맡겨 주신 사명을 우리가 잘 감당하도록 필요한 모든 것들을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들로 자기의 만족을 추구해서도 안 되고, 하나님의 선물들을 조금이라도 잘못 사용하거나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선물들을 대할 때에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도구로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면, 반드시 탐욕에 빠지고 맙니다.

우리는 경제적인 것을 생각할 때에 내가 얼마나 이익을 얻고 손해를 보았는가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재물이 있다면, 그 많고 적음이나 득실을 생각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겨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지혜 가운데서, 어떤 때에는 넉넉하게 주시고 어떤 때에는 조금 주시기도 합니다. 넉넉하게 주실 때에도 그것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을 해야 하고, 조금 주실 때에도 조금 주신 위치에서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일을 해야 합니다. 넉넉하다고 낭비하여도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이고, 부족하다고 해서 욕심을 부리면서 경영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물론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탐심을 품고서 일해서는 안 됩니다. 탐심을 품으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실수하기가 쉽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싫어하십니다.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에서 재물을 맡아서 관리하는 우리의 위치를 잘 표현하는 말은 청지기입니다. 청지기는 주인과 계약을 하고 주인의 지시를 받으면서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청지기에게 상당한 자율권이 있지만 그는 자기의 일에 대해서 주인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청지기가 집안의 살림을 도맡아서 하였습니다. 요즈음의 월급쟁이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주인집의 식구처럼 살면서 주인의 재물을 관리하였고, 그것에 대해서는 주인에게 책임을 졌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재물을 관리하는 청지기로서 삽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소유인데 그것을 내가 맡아서 책임 있게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의 재능혹은 능력을 따라서 달란트를 맡기셨습니다(25:5). 따라서 재능이 곧 달란트는 아닙니다. 달란트는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일, 곧 사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주님께서 능력에 따라 하나님 나라에서 각기 다른 일을 맡겨주실 때에 우리는 각각 두신 자리에서 맡겨주신 일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재능을 따라서 맡겨주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과 충성심에서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