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40주일

  

제 105문 : 제 6계명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답 : 내 이웃을 생각이나 말이나 외모나 몸짓으로 그리고 더욱 분명하게는 실제 행동으로 얕잡아보거나 모욕하거나 증오하거나 죽이지 않아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그러한 일에도 가담하지 말아야 합니다1). 근본적으로 복수에 불타는 모든 마음을 끊어버려야 합니다2). 또한 내 자신을 해롭게 하거나 성급하게 위기에 빠뜨리지 않아야 합니다3). 정부가 무기를 갖추고 있는 까닭의 하나는 바로 살인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4).

제 106문 : 이 계명은 오직 살인 만을 언급하는 것입니까?
     답 : 살인을 금지시킴으로써 하나님께서는 살인의 근원 곧 시기, 증오, 분노, 앙심 등을 미워하신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5). 하나님의 눈에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살인에 해당합니다6).

제 107문 : 그러한 방법으로 우리 이웃을 죽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말입니까?
     답 :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시기와 증오와 분노를 정죄하심으로써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고7) 인내와 화평과 온유와 자비와 우정으로 대하며8) 할 수 있는 한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심지어 원수들에게까지 선을 베풀라고 가르쳐 주십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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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세기 9:6; 레위기 19:17-18; 마태복음 5:21-22; 26:52
2) 창세기 25:21-22; 마태복음 18:35; 로마서 12:19; 에베소서 4:26
3) 마태복음 4:7; 26:52; 로마서 13:11-14
4) 창세기 9:6; 출애굽기 21:14; 로마서 13:4
5) 잠언 14:30; 로마서 1:29; 12:19; 갈라디아서 5:19-21; 요한일서 2:9-11
6) 요한일서 3:15
7) 마태복음 7:12; 22:39; 로마서 12:10
8) 마태복음 5:3-12; 누가복음 6:36; 로마서 12:10,18; 갈라디아서 6:1-2; 에베소서 4:2; 골로새서 3:12; 베드로전서 3:8
9) 출애굽기 23:4-5; 마태복음 5:44-45; 로마서 12:20-21(잠언 25: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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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전 목사님의 『십계명 강해』는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그 책을 보면 살인을 단지 목숨을 끊는 것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와 함께 사회를 이루고 살아야 할 대상에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사회적인 관계 가운데에서 이것을 잘라내는 것이 살인이라고 가르칩니다. 생명은 개인의 목숨이라는 관점에서 보다는 서로의 관계 가운데서 나타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관계 가운데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하며 살아갈 것인가?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생명을 풍요롭게 발휘했던 것처럼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서로의 관계 가운데에서 풍요롭게 발휘하고 살아 나갈 것인가?’ 이러한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주께서 우리를 두신 관계를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끊으려고 하는 것이 살인입니다. 사실 목숨을 끊는 것은 그 관계를 끊는 것의 최종적인 형태입니다. 성경에서는 목숨을 끊 최종적인 형태를 금함으로써 더 나아가 서로의 관계를 끊으려는 마음의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들도 모두 살인이라고 가르칩니다.

생명에 대해서 이렇게 배우고 나면, 6계명은 단순한 개인적인 도덕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시고 이루어 나가시려는 하나의 사회를 놓고 가르쳐 주시는 계명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려는 거룩한 사회 가운데에서 우리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생명을 풍요롭게 발휘하면서 살도록 하려고 하한선을 그어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목숨을 끊는 것’을 금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금령 안에는 ‘적극적으로는 서로를 사랑하면서 그 관계 가운데에서 생명이 풍성하게 나타나도록 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성경에서 생명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하나님께서 아담을 만드시고 그의 코에 생기를 불어 넣으시니까 생령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2:7). ‘생령이라는 말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흙으로 지으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 넣으시니까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그러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생명을 취해 가시면 사람의 목숨은 끊어집니다(104:29). 따라서 생명에 대한 첫 번째 설명은 사람이 숨도 쉬고 심장도 제대로 뛰고 뇌가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을 만들어 놓으신 에덴동산을 떠올려 봅시다. 거기에서 아담이 숨만 쉬면서 가만히 누워있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숨만 쉬고 활동을 못한다면 그의 생명력이 충분히 발현된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에덴동산 시원한 그늘 밑에서 아침에도 누워 있고 낮에도 누워 있고 저녁에도 계속 드러누워 있다면 그것을 보고 아담의 생명이 잘 발휘되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의 생명은 하나님과의 관계가운데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계명을 주시고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2:16-1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악과 금령으로써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면 살고 계명을 어기면 죽는다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가운데에서 계명을 받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그의 생명이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받은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아담이 선물로 받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잘 지키기 위해서 아담이 받은 선물은 돕는 배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부부는 함께 하나님과의 언약을 잘 지키고 나아갈 때에 그들 사이의 관계도 풍요롭게 될 것입니다. 죄를 지은 이후에는 큰 수치심을 느꼈고 또한 자기의 잘못을 상대편에게 떠넘겼지만(3:12, 7), 죄가 들어오기 전에는 문자 그대로 한 몸으로 생명을 발휘하면서 살았습니다. 부부의 관계에서 아담의 생명은 충만하게 드러났습니다.

아담의 생명은 아담이 하는 일을 통해서도 드러났습니다. 아담은 하나님의 계명을 따라서 동산을 지키고 각종 나무를 경작하고 동물을 다스리는 일을 하였는데,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아담의 생명이 발휘되었습니다. 또한 동물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에서도 아담의 지혜가 드러났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계명에 복종하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다른 피조물을 다스리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가운데서 여호와의 동산도 생명으로 충만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명을 여러 관계에서 바르게 수행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그가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의 땅은 생명이 넘친다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