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39주일  

 

제 104문 : 제 5계명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답 :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다스리는 자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나를 훈계하고 징계할 때 그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는 것입니다1).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하여 우리를 다스리시기 때문에2)

     되도록이면 그들의 결점까지도 참고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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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애굽기 21:17; 잠언 1:8; 4:1; 로마서 13:1-2; 에베소서 5:21-22; 6:1-9; 골로새서 3:18-4:1
2) 마태복음 22:21; 로마서 13:1-8; 에베소서 6:1-9; 골로새서 3:18-21
3) 잠언 20:20; 23:22; 베드로전서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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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권위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태초에 말씀을 내려 주신 방식에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그때에 하나님께서는 아담의 아내와 아이들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시지 않고, 아직 홀로 있던 그에게 먼저 말씀을 내려 주셨습니다. 그것으로 가장의 권위를 세워 주셨습니다. 가장은 하나님께로부터 말씀을 먼저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권위가 있습니다. 가장에게 경제력이 있거나 아내나 자식보다 힘이 세기 때문에 권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의 권위는 그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로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은 직분자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고 그것을 아내와 자녀에게 가르칠 사명을 받았기 때문에 권위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을 주셔서 아내를 가르칠 자리에 두셨으니까 남편으로서의 권위가 있는 것입니다.

또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는 주님의 복을 따라서 주께서 주신 자녀들에게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말씀을 가르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모에게 권위를 주신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계시의 말씀을 자신의 무릎에 놓아두신 자식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즉 신앙을 전승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모 언약의 자녀에게 신앙을 전승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그 일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권위도 부여받았습니다. 자녀는 이러한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을 통해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을 배우고, 부모가 하나님 나라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하나님 나라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배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의 권위를 이야기할 때에 하나님께로부터 사명을 받은 직분자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사실을 간과하게 되면 부모의 권위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다 해도 독재자처럼 아주 잔인한 것이 될 것입니다. 자녀보다 힘이 세다는 것에서 권위를 찾는 사람은 시간이 흘러 늙고 힘이 없어지면 아주 비참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재물에서 권위를 찾는 사람은 재물이 없어질 때에 자신의 권위도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과 그 경영에 참여해서 자신의 직분을 성실히 수행한 사람은 늙어도 그 권위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노인의 백발은 지혜의 상징입니다.

 

5계명에서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였습니다. 부모의 권위에 대하여 우리는 항상 공경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권위에 대하여 항상 순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경하기 때문에 순종하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반하는 권위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러한 아버지나 남편이 있을 때에는 그의 권위에 대하여는 항상 공경하지만, 하나님께 반하는 명령에 대해서만큼은 불순종하면서 다른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순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항상 공경하면서 경우에 따라 지혜롭게 순종하거나 불순종하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으로서는 그냥 딱 달라붙든지 아니면 등 돌리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성신의 인도하심을 따라 상대방을 하나님께서 세우신 직분자로 대할 때에 비로소 지혜롭게 대할 수 있습니다. 부부의 관계도 직분의 관계로 생각하니까, 하나님을 공경함으로써 남편의 말을 순종하거나 하나님을 공경함으로써 어떤 말은 부분적으로 듣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에 대한 자녀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합당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도 그것을 참고 견디며 순종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분명하게 이것은 아닙니다. 내가 아버지를 공경하고 모든 면에서 순종하지만 이 말은 들을 수 없습니다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의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듣거나 혹은 자기 편의대로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합당한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서 순종해야 합니다.

공경하면서 순종하는 관계 안에서는 오직 하나님의 권위만 드러납니다. 부모나 자식으로서의 권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권위만이 드러날 때에 그 안에서 관계의 질서도 바로 세워지고, 하나님께 대한 사랑 안에서 부모와 자녀의 마음이 온전히 연합하여 함께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서 이루어 나가시려고 하는 거룩한 사회의 모습입니다. 가정에서부터 이것을 배우기를 원하셨고, 교회에서 직장에서 국가의 공적인 생활에서 이러한 것들이 잘 드러나도록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에는 이런 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저 순종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겠는가하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서 이루어 나가기 원하시는 사회가 어떠한 것인가하는 것을 5계명은 잘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계명의 말씀을 잘 생각하고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