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38주일  

 

제 103문 : 제 4계명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답 : 첫째, 복음전파와 복음에 관한 교육이 계속되어야 하며1),

              특별히 주일에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며2) 성례에 참여하고3) 공적인 기도를 드리며4)

              나눔을 위한 헌금을 바치기 위하여5)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에 정규적으로 참석해야 합니다6).

      둘째, 주님께서 내 속에서 성령을 통하여 역사하심으로써

              나는 힘겨운 일상생활의 악으로부터 벗어나서 이생에서 이미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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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명기 6:4-9,20-25; 고린도전서 9:13-14; 디모데후서 2:2; 3:13-17; 디도서 1:5
2) 로마서 10:14-17; 고린도전서 14:31-32; 디모데전서 4:13
3) 고린도전서 11:23-24
4) 골로새서 3:16; 디모데전서 2:1
5) 시편 50:14; 고린도전서 16:2
6) 신명기 12:5-12; 시편 40:9-10; 68:26; 사도행전 2:42-47; 히브리서 10:23-25
7) 이사야 66:23; 히브리서 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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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나아가는 이날은 참으로 복되고 기쁜 날입니다. 그럼에도 일에 대해서 우리가 종종 갖고 있는 인상은 ‘무엇을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율법주의적인 가르침의 영향으로 그러한 인상이 우리 안에 남아 있습니다. 물론 엄격하게 생각할 것은 엄격하게 생각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하지만, 이때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날은 하나님께서 복으로 주신 날이지 여러 가지 종교적인 의식으로 사람을 구속(拘束)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하나님의 날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안식을 우리에게 주시면서 ‘내가 너희를 자유케 하고 복을 준 이 날에 너희도 참여하여라. 내가 거룩하게 한 이 날에 너희도 참여하여서 나를 닮아서 거룩하게 되어라. 죄를 물리치고 거룩하게 살면서 나와 함께 언약의 교제를 나누면서 살자’ 하십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제정하신 큰 뜻입니다. 안식일에는 무엇을 하면 되고 무엇은 하면 안 되고, 그런 식으로 규정하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예배당에 가는 것은 안식일의 정신과 어긋난 것입니다.

일은 축제의 날입니다. 레위기 23장을 보면, 유월절이라든지 칠칠절이라든지 그런 축제 이야기를 하면서 맨 처음에 안식일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안식일도 역시 축제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농사에 관한 축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안식일을 먼저 가르친 데에서 배울 것이 있습니다. 농부가 풍성한 추수를 바라보고 그날의 축제를 소망하면서 힘든 수고를 소망하는 것처럼, 우리는 매 주일을 추수의 축제일로 대합니다. 주일은 6일 동안 힘써 일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주님께 드리고 함께 기뻐하는 축제의 날입니다. 역사의 마지막에 있을 추수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매 주일마다 추수의 축제를 미리 맛봅니다. 추수한 농부가 하나님께 소산물을 드리듯이, 안식일에 대한 교훈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6일 동안 힘써서 일한 사람이 일에 자신을 헌상(獻上)할 수 있습니다.

주일이 이러한 축제의 날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구원을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거룩하신 하나님과 교제를 나누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인 이스라엘을 거룩한 백성으로 만드시려고, 그들에게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도록 명하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인 줄 너희로 알게 함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앞뒤에 나오는 이야기가 안식일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날을 거룩하게 잘 지키면 그날 안에 있는 사람이 하나님을 닮아서 거룩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구별해서 그 날에는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면서 언약의 교제를 나누는데, 그러는 동안에 이스라엘 백성은 점차 거룩해집니다.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인 줄 너희로 알게 함이라는 말씀은, 안식일을 이와 같이 거룩하게 지키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가지고 그들을 거룩한 백성으로 만드시겠다는 뜻입니다.

안식일 계명은 거룩하신 하나님과 거룩한 백성으로 부름을 입은 이스라엘 사이에 맺은 거룩한 언약입니다. 31:13에서도 대대의 표징이라고 했고, 31:16-17에서는 영원한 언약영원한 표징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이같이 이스라엘 자손이 안식일을 지켜서 그것으로 대대로 영원한 언약을 삼을 것이니 이는 나와 이스라엘 자손 사이에 영원한 표징이며 나 여호와가 엿새 동안에 천지를 창조하고 제 칠일에 쉬어 평안하였음이니라 하라.

안식일은 거룩하신 하나님과 언약의 교제를 나누는 날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은 그날에 사사로운 일을 쉬고 하나님과 거룩한 교제 가운데서 살아야 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과 나누는 언약의 교제는 출애굽을 경험한 세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영원히 지켜야 할 내용입니다. 하나님을 닮아 거룩하게 되는 일은 이 세상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항상 힘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영원한 언약이 됩니다.

에스겔 20장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나는 그들을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인 줄 알게 하려 하여 내가 내 안식일을 주어 그들과 나 사이에 표징을 삼았었노라.”(12)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을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로 자기를 알리시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안식일을 그들에게 주셔서 언약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쉬셨으므로 그날은 일차적으로 여호와의 안식일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안식일을 우리에게도 주셔서 우리도 안식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식일에 하나님과의 교제에 함께 참여하여 거룩하게 되고, 하나님의 영원한 안식에도 지금 여기서부터 참여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믿고 그날을 거룩하게 지킨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라는 표를 잘 드러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