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서론
1. 교리의 필요성
초대교회 시대 이후 기독교가 로마를 정복하자, 교회가 안정되면서 비로소 이단들에 대해서 내에 숨어있었던 이단들이 하나 둘 출현하면서 교회가 큰 혼란을 겪게 되었고, 교회내부에서는 이단을 정죄하고 바른 교리를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종교회의를 통해 삼위일체, 그리스도의 신인성 교리를 정립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니케아 신조와 칼시돈신조이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는 비슷한 시기에 사도신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 종교개혁이 있고 나서 이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우후죽순처럼 교리가 만들어졌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이전의 신조와는 달리 매우 방대하고 풍성했다.
이러한 교리가 왜 갑자기 종교개혁 이후에 만들어졌는가? 그 이유는 분명하다. 로마가톨릭의 그릇된 성경해석으로 인해서 지옥과 같은 중세 1000년을 보냈기 때문에 그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경적인 구원의 도리의 요약으로서 교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구원론뿐만 아니라, 성경전체가 말하는 바의 복음의 핵심을 요약하여 간추려야 했다. 그것은 성경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 성경을 읽게 되었을 때 빠질 수 있는 오류를 방지하고, 올바르게 성경을 해석하도록 안내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전체의 내용을 숙지하고 복음의 도리의 정수를 깨달은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성경전체가 말하는 바 그 복음의 핵심을 간추려 요약했다. 그리하여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복음의 핵심이고, 우리의 믿는 바다. 여기서 벗어나지 말자.”라고 구호를 외쳤던 것이다.
그리고 교리를 만든 데에는 교육적인 목적도 있다. 그냥 성경만 읽고 배워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렇게 할 때에는 역사 속에서 저질러졌던 수많은 오류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성령이 우리를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기 때문에 다시 빠져나오겠지만, 그러나 빠져나오는 동안 귀한 세월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성경을 수십 번 수백 번 읽고 그야말로 성경의 대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 믿음의 선배들이 평생을 연구해서 발표 해놓은 이 교리라고 하는 믿음의 유산들을 무시해서 왜 쓸데없이 과거의 오류를 반복해야 하는가? 우리는 도리어 이 교리를 하나님이 우리 교회의 성숙을 위해 주신 신앙의 귀중한 유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안내서를 공부하면서 성경을 읽어 가면, 허튼 데로 빠지는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보다 빨리 말씀의 본의에 접근해서, 복음의 핵심을 잘 배워갈 수 있다.
그리고 교리교육을 하면 복음의 핵심을 체계적으로 배워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경을 각 권별로 배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 하면 각 권별에 대한 개별적인 지식은 많이 가질 수 있지만, 성경전체가 말하는 구원의 도리나 어떤 주제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성경을 각 권별로 배워가는 것과 아울러서 성경전체가 말하는 복음의 진리를 주제별로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배워간다면, 올바른 신앙관을 정립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의 목적을 위해서 교리들은 대개 문답의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이 교리문답을 반복교육 시켜서 거의 답을 외워서 무슨 문제든 물어오면 답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교육시켰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그러한 바른 교리의 기초 위에 굳게 서서 바른 성경해석에 기초해서 교회를 잘 섬겨나갈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다.
세 번째로 교회의 일치를 목표로 교리를 만들었다. 같은 개혁파라 해도 성경해석이 조금씩 다르다. 이 세상에 나와 모든 면에서 같은 생각과 신학을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다 다르다. 그러면 서로 다르다고 해서 함께 할 수 없느냐... 그것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과 관련해서는 서로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리고 비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의 다양한 해석은 존중해줌으로써 서로 연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하려면 최소한 이러이러한 내용들은 우리 모두가 공통되게 믿는 바라고 하는 표준적인 고백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여기서 벗어나면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다 라고 하는 조건을 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리를 만들어서 그 교리로 다양한 교회를 묶어서 하나로 연합시키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