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직신앙고백서의 성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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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 질문의 대답에는 양 극단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초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주장과 하나님의 내재성을 강조하는 주장입니다. 전자는 이신론, 불가지론, 이슬람등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완전히 멀리 있기 때문에 그분을 알 수 없고, 단지 존재와 창조하심과 전능성 정도만을 안다고 가르칩니다(예, 임마누엘 칸트). 또한 존재 자체를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은 하나님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신은 전능자이고 주권자이지만 알 수 없는 존재로 보는 이슬람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후자에는 모든 것들 안에 하나님이 있다고 말하는 범신론이 해당합니다(샤머니즘, 힌두교 등).
벨직신앙고백서 2항은 하나님을 아는 이중 방법(doubis modis)으로 창조의 책과 거룩하고 신적인 말씀이라고 제시합니다. Bruggen은 방법이라는 표현은 생득적 또는 선천적 지식이 있을 수 없고 신비적 방법으로도 얻을 수 없음을 지적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자연적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창조와 섭리의 지식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목표는 확신과 변명할 수 없게 하는 데 있고,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신학과 신앙의 최종적인 규범이자 권위의 근거는 거룩하고 신적인 말씀인 성경임을 고백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영광을 계시의 저자이신 하나님께 돌리는 길입니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종교개혁자들은 교리와 실천, 신앙과 삶의 규범으로서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가르칩니다. 이것은 성경 만능주의나 성경 이외의 모든 것을 배격하자는 성경 하나만solo scriptura을 주장하는 재세례파와 교회가 모든 것들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원리라고 말하는 로마 카톨릭의 오직 교회sola ecclesia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자연스럽게 성경의 불필요성, 열린 정경(open canon) 강조하는 주장과 연결됩니다.
성경의 불필요성은 역사적으로 영지주의에서 출발합니다. 성경은 저급한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신령한 사람들에겐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성경을 부정했습니다. 이것은 성도간의 계급과 차별을 조장하는 오류를 낳게 했습니다. 특히 1세기 마르시온Marcion은 구약을 부정했는데, 복수하시는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보다 낮은 것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재세례파 역시 구약의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지상적 언약을 맺으셔서 지상적 축복만을 약속했다고 가르치면서, “의문은 죽이는 것이요 영은 살리는 것”이라는 말씀을 근거로 성경은 죽은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메노나이트의 신앙고백서 11항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시낭의 문제에 있어서 반드시 그리스도의 복음, 곧 신약을 의지해야만 한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재세례파 내에 있는 신비주의자들에 의해 살리는 영이 내면의 빛lumen internum으로 양심에 직접 계시하는 사역을 하셔서 자기 백성을 인도하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에게 성경은 일시적 보조수단에 불과하고 신령한 사람은 내적 말씀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2세기 몬타누스주의는 예수가 약속한 보혜사가 몬타누스 자신이라고 말하면서 몬타누스에 의한 계시를 통해서 신약 계시가 보충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로마 카톨릭은 제1차 트렌트 공의회(1546)에서 로마 카톨릭 교회는 “하나님의 진리는 성경과 교회의 전통 안에서 발견된다”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성령의 시대가 도래 했으므로 더 이상 성경과 교회의 외적 수단이 필요 없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신비주의자들은 묵상과 명상의 수단으로 성경은 필요하지만 하나님과 연합이나 대면을 이룬 뒤에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견해가 열린 정경(open canon)이라는 사상을 가르칩니다. 영감에 의해서든 아니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것이든지 성경 66권 이외에 또 다른 정경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로마 카톨릭은 외경을 성경에 포함시킴으로 이 주장에 가장 강력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상황에서 성경에 대한 고백은 참된 신학의 첫 출발입니다.
벨직신앙고백서의 성경관
신앙고백서는 5개항에 걸쳐 성경에 관한 신앙고백을 합니다. 거룩하고 신적인 말씀을 기록한 것이 성경이고(3항), 그것은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되었고(4항), 교리(신앙)와 실천(삶)의 유일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정경뿐이고(5항), 정경 이외의 책들은 보조물에 불과하고(6항), 구원을 얻기에 충분(완전)한 정경 이외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7항). 각 항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