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47주일
제 122 문 : 첫번째 간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답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말의 뜻은 먼저 하나님 당신을 바르게 알고1),
거룩하게 하며, 영광을 드리며, 당신이 하신 모든 일을 통하여
그의 전능과 지혜와 선과 의와 자비와 진리가 빛나도록 하라는 것입니다2).
또한 그 말의 뜻은 우리의 삶 곧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지도하셔서
하나님의 이름이 우리로 인하여 더럽혀지지 않고 오직 존경과 찬양만
받으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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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애굽기34:5-8; 시편145편; 예례미야 32:16-20; 누가복음 1:46-55, 68-75; 로마서 11:33-36
2) 예례미야 9:23-24; 31:33-34; 마태복음 16:17; 요한복음 17:3
3) 시편 115:1; 마태복음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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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간구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기 원한다고 한마디 살짝 하고, 그다음에 자기의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하여 되는 말 안 되는 말을 늘어놓는 식으로 하면 안 됩니다. 신자는 먼저 주님의 거룩한 이름이 자기 안에서도 존귀하게 여김을 받기를 소원하며 “주님의 이름이 우리 때문에 더럽혀지지 않고 오히려 영예롭게 되고 찬양을 받게 하옵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나타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자기 인생의 목적도 거기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기도도 그 목적을 위하여서 드립니다. 자기의 생활에 필요한 것을 먼저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먼저 둡니다. 주님의 거룩한 이름 안에 자기의 소원이 있습니다. 하나님께 향하는 것과 자기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 따로 있지 않고 처음부터 딱 붙어 있습니다. 두 가지는 분리되지 않았는데, 하나님의 영광이 앞서고 우리는 그 다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평생 알고 추구해야 될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로 하여금 주님을 바르게 알게 하여 주옵시며” 하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알아 가는 것에 우리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하고 기도도 거기로 향하여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을 보면 ‘자기의 이름’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세상에서도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결국 자기의 이름 때문입니다.
자기의 이름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이 세상에 주님께서 오셨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드러내시고, 거룩한 이름과 함께 구원을 베푸셨습니다. 그리고 구원을 얻은 백성에게 묻습니다. ‘너희는 누구의 이름을 추구할 것이냐?’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을 추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최고 목표가 되고, 하나님의 이름이 드러나기를 위하여 살아가고 기도도 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 이름에 집착하여서 살지 말고,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고 그것을 위하여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과 함께 구원을 베푸셨을 뿐 아니라, 구원을 얻은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드러내면서 살고 하나님의 구원이 드러나면 경배하고 찬송하며 살도록 우리를 이끄십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다’는 말은 아주 구체적인 것을 가리킵니다. 즉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거룩함’ 하면 떠올리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과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 때문에 더럽혀진 여호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면, 그것은 곧 이스라엘의 구원을 의미하였습니다. 에스겔서 36:23을 보면 “너희가 그들 중에서 더럽힌 나의 큰 이름을 내가 거룩하게 할지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이 죄를 지어 다른 나라에 포로로 잡혀감으로써 하나님의 이름이 더럽혀졌으므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심으로써 자기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스스로 드러내시면 그의 백성은 구원을 받는다’ 하는 이러한 것은 다른 선지서들에서도 중요하게 가르치는 내용입니다(참조. 겔 39:7; 사 29:22-24; 렘 14:7, 9; 암 9:11-12; 슥 14:9).
선지서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실 구원을 가리킵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한다, 혹은 거룩하게 한다는 말은 십자가의 구원을 통하여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요 17:4).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는 것이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이었듯이, 예수님께서 대제사장으로서 우리를 위하여서 화목 제물로 자기를 드린 것이 곧 하나님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이고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주께서 행하시는 모든 일에서 주님을 거룩히 여기고 경배하고 찬송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이루어 나가십시오’ 하고 구원에 초점을 맞추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없으나,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섭리하셔서 주님의 이름이 거룩하여지고 영광스럽게 되는 구원의 일을 친히 이루어 가십시오. 하나님께서 크신 구원의 일을 이루어 가심으로써 거룩함과 영광을 드러내시면 우리는 찬송하고 경배하며 따라가겠습니다’ 하는 것이 이러한 기도의 내용입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거룩하다’는 말로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삶의 양식을 가리키는 것과 성경에서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거룩’은 ‘영광’과 비슷한 말이며,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구원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께서 구원으로써 주님의 거룩하심을 나타내시면, 우리는 찬송하면서 따라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