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31주일
제 83문 : 천국의 열쇠란 무엇입니까?
답 : 거룩한 복음의 전파와 회개를 위해 시행되는 기독교 권징입니다.
천국의 문은 복음 전파와 권징을 통하여 신자들에게는 열리고 불신자들에게는 닫히는 것입니다1)
제 84문 : 어떻게 천국의 문이 복음전파에 의하여 열리고 닫힙니까?
답 : 그것은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서 이루어집니다.
즉, 모든 신자들이 참된 믿음으로 복음의 약속을 믿을 때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공로로 말미암아 그들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신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공적으로 선포하고 선언함으로써 천국의 문은 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신자들과 위선자들에게는 그들이 회개하지 않는 한 하나님의 진노와 영원한 저주를 받게 된다고 공적으로 선포하고 선언함으로써 천국의 문은 닫히는 것입니다. 금생과 내생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이러한 복음 증언에 기초하고 있습니다2).
제 85문 : 어떻게 천국의 문이 기독교 권징에 의하여 닫히고 열립니까?
답 : 그것은 그리스도의 명령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
즉, 누구든지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칭한다 할지라도 비기독교적인 교리를 믿고 비기독교적인 생활을 하고 교우들의 계속적인 권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과 사악함을 끝까지 고집하여 그 사실이 교회의 직임자들에게 알려지고 마침내 그들의 훈계마저 거부한다면, 그 직임자들은 그러한 자에게 성례참여를 금지시킴으로써 성도의 교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도 그를 그리스도의 왕국에서 쫓아내실 것입니다3). 만일 이러한 사람이 참다운 회개를 약속하고 그것을 실천해 보이면 그리스도와 그 교회의 일원으로 다시 받아들이게 됩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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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태복음 16:19; 요한복음 20:22,23
2) 마태복음16:19;요한복음3:31,36; 20:21-23
3) 마태복음 18:15-20; 고린도전서 5:3-5,11-13; 데살로니가후서 3:14,15
4) 누가복음 15:20-24; 고린도후서 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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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 (마 16:18-19)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셔서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유대인 사회에서 ‘매고 푼다’는 말은 가르치는 권위를 행사하는 것을 뜻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하나님의 말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유대인 선생들이 판단하였는데, 이제는 사도들에게 그러한 권위를 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들은 권위 있게 가르쳤고, 그 가르침의 권위는 권징을 행하는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마태복음 18장에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15-17절에서 죄를 지은 형제를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 권면하라고 하였고, 듣지 않을 때에는 이방인과 세리처럼 여기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서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8:18)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서 ‘매고 푼다’는 말은, 말씀을 권위 있게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그 교훈대로 권징을 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도들에게 교회를 가르치게 하셨을 뿐 아니라 교훈의 권위에 해당하는 징계권도 주신 것입니다.
요즈음 시대는 사람들이 권위를 싫어합니다. 가르치는 권위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권징을 하는 것은 더더욱 싫어합니다. 이 교회에서 권징하면 다른 교회로 그냥 가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교회에서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문제로 권징을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권징 자체를 반대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교회는 복음을 가르치고, 그 복음에 합당하지 않게 행할 때에는 권징을 행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가르침에는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권위가 있고 그 교훈을 받으면 생명을 얻습니다. 사도적인 교훈이 전파되어야 우리는 사죄와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요 20:23). 따라서 교회는 주님께서 주신 권위를 정당하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에 따른 생활에 대한 것이고, 인간적인 규제나 사소한 일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교회의 권징도 인간적인 관계의 좋고 싫음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사소한 일에 적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복음의 말씀은 생명과 사망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냅니다.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은 단순히 인간의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믿는 사람에게는 생명이 되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망이 되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고후 2:15, 16).
천국 문이 열리고 닫힌다고 말하였는데, 이것을 ‘상태’로 표시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구원을 받아서 천국에 들어가 있으니까 말씀에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복음이 증언될 때에 천국이 열리고 영원한 정죄를 증언할 때에 천국이 닫힌다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말씀을 들을 때마다 그 말씀을 믿음으로 받고 나아오게 합니다. 우리는 어느 상태를 확정하기를 좋아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안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베풀어 주실 때마다 주님의 백성이 믿음으로 그 말씀을 듣고 나아오기를 원하십니다. 말씀이 전파될 때에는 그 말씀과 함께 주님께서 우리에게 나아오시기 때문에, 우리는 말씀과 함께 오시는 주님과 거룩한 교제에 들어가야 합니다.
복음의 약속을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복음의 약속이 선포될 때마다 사죄의 복음이 신자들 전체에게와 개개인에게 선포되고 공적으로 증언됩니다. 마치 목자가 양 무리를 인도하면서 각각의 이름을 불러내듯이(요 10:3), 주님께서는 교회에서 직분자를 통해 공적으로 말씀을 선포하시고 증언하시지만 동시에 성신으로 각 사람의 마음에 그 말씀을 가르치십니다. 교회의 강설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것이며, 신령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 나라에서는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복음의 약속을 말씀으로 선언하고, 성례를 통하여 그 약속을 공적으로 나타내며, 성신께서는 그러한 은혜의 수단을 쓰셔서 천국으로 그의 백성들을 들이십니다.
따라서 말씀이 선포될 때에 우리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복음의 증언을 따라서 “이 세상에서와 장차 올 세상에서 심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하기 때문에 우리는 말씀을 들을 때에 더 주의하고 믿음으로 받아야 합니다. 말씀을 믿어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 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이 큰 은혜인데, 그러한 은혜를 거부하면 그 죄는 더욱 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