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 A.D. 1563) 제 27주일 

제 72문 : 물에 의한 외부적 씻음 자체가 죄를 씻어 줍니까?
답 :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만이 우리의 모든 죄를 씻어 줍니다1).


73문 : 그러면 왜 성령께서는 세례를 중생의 씻음과 죄의 씻음이라고 부르십니까?
답 :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물이 우리의 더러움을 씻어주듯이

      그리스도의 피와 영이 우리의 죄를 씻어준다는 점을 가르치시려는 것입니다2).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러한 신적 보증과 표지를 통하여

      우리의 죄에 대한 영적인 씻음이 물에 의한 몸의 씻음처럼

      실제적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시고 있다는 것입니다3).

제 74문 : 유아들도 세례를 받아야 합니까?
답 : 그렇습니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유아들도 하나님의 언약 속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4).

     유아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그리스도의 피를 통한 죄의 용서와 믿음을 주시는 성령을 약속 받았습니다5).

     그러므로 유아들은 언약의 증표인 세례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교회에 속하게 되고

     불신자들의 자녀들과 구별되는 것입니다6).

     구약에는 이것이 할례로 말미암아 이루어졌으며7),

     신약에 와서 세례로 대치된 것입니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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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태복음 3:11; 베드로전서 3:21; 요한일서 1:7
2) 고린도전서 6:11; 요한계시록 1:5; 7:14
3) 사도행전 2:38; 로마서 6:3,4; 갈라디아서 3:27
4) 창세기 17:7; 마태복음 19:14
5) 이사야 44:1-3; 사도행전 2:38,39; 16:31
6) 사도행전 10:47; 고린도전서 7:14
7) 창세기 17:9-14
8) 골로새서 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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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문답에서는 유아세례의 근거로 “유아들도 그리스도의 피에 의한 속죄와 믿음을 일으키는 성령이 약속되었다”고 말합니다. 속죄와 믿음을 일으키는 성령이 약속된 사실을 말하는데, 이것은 아이에게 속죄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아이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에 비하면 아이는 죄를 지을 기회가 더 적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사람의 행동을 중심으로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는 언약의 관점에서 죄를 이야기합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고,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똑같이 죄인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피에 의한 속죄가 필요한 것입니다.

유아도 죄인이라는 사실은 유아세례의 필요성을 더 깨닫게 합니다. 아이가 죄인이고 그리스도의 피로 속죄함을 받지 않으면 구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유아들에게 세례를 빨리 주려고 할 것입니다. 아이가 젖을 뗄 때까지 기다리다가 세례를 주려고 한다면, 혹은 걸음마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례를 받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입니다. 아이가 아담 안에서 죄인으로 태어났고 그리스도의 속죄의 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죄 씻음을 표시하고 인을 치는 유아세례를 빨리 받게 하려고 할 것입니다.

영원한 언약을 맺으신 하나님의 편에서 보아도 유아세례를 늦추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 아이의 생명을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께서는 그 아이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세례를 받는 자리에 나아오기를 원하십니다. 그 아이를 삼위 하나님의 이름 안으로 연합시키고 ‘너는 내 것이다’ 하고 선언하기를 원하시는데 부모가 하나님의 깊은 뜻을 모르고 유아세례를 몇 달씩 늦추는 것은 하나님께 잘못하는 일입니다. 구약시대에는 8일 만에 할례를 행하도록 하셨습니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교회들을 보면 유아세례를 빨리 줍니다. 1년에 두어 차례 몰아서 시행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잘 가르치고 준비시켰다가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출석하는 첫 주일에 세례를 주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집을 보면 미리 유아용품들을 잘 준비합니다. 기저귀부터 배내옷, 유아용 이불, 젖병과 같은 것들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준비할 것은 유아세례입니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부모가 기저귀나 아이 이불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매우 이상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담 안에서 죄인으로 태어나는데 유아세례를 받을 것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훨씬 더 이상한 일입니다. 그 부모가 죄와 구원에 대하여서 잘 모르고 긴박한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언약에 대하여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도 그리스도의 피에 의한 속죄와 믿음을 일으키는 성령이 약속되었다는 복음의 약속을 부모가 믿고 그것을 붙잡고서 주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구약에서 8일 만에 할례를 주라고 하신 것처럼, 신약에서도 잘 준비를 하였다가 태어난 아이가 교회에 오는 첫 주일에 세례를 받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가 언약의 표인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교회에 연합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불신자의 자녀와 구별’되게 양육하여야 합니다. 교회에 연합되었다는 말은 이제 세상과는 분리되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부모와 함께 자녀도 교회에 속하기 때문에 불신자의 자녀와 구별되게 양육하여야 합니다. 교회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와 혼인의 관계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고 불신자의 자녀들이 추구하는 것을 똑같이 추구하고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기만을 바란다면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파기하는 것은 큰 죄입니다. 삼위 하나님의 언약이 그 아이에게 선포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아이를 삼위 하나님께 드리면서 교회의 자녀로 자라나도록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부모는 이제 그 자녀가 자기의 입으로 하나님의 은혜 언약을 공적(公的)으로 고백하고 교회의 성찬 회원이 되도록 마음을 다하여야 합니다. 유아세례를 받았으면 이제는 성찬의 상(床)에 나아가도록 자녀를 양육하여야 합니다. 자녀가 커서 자기의 힘으로 사회생활도 하고 직장도 찾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처럼, 교회 안에서도 자기의 입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교회 안에서 자기의 일을 찾도록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것은 사람이 자기의 힘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님께 기도하고 아이와 함께 기도하고 아이를 위하여서 기도하면서 힘을 써야 할 내용입니다. 부모가 이러한 의무를 자각하고 부지런히 가르치고 생활에서 모범을 보이고 자녀를 위하여서 기도하고 자녀와 함께 기도한다면, 주님께서 언약 안에서 주시는 복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깨달음도 없고 노력하는 것도 없다면, 유아세례라는 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지극히 크신 사랑 가운데서 내려 주신 것을 매우 그릇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은혜의 수단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님으로부터 큰 책망을 받을 것입니다.